1. 수면은 일주기 리듬에 의해 조절되는 여러 가지 생리적 기능 중 하나입니다.
뇌하수체 내에 있는 작은 뇌 구조물이 생체시계 역할을 하면서 일주기 리듬을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9시경이 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체내에 분비되고 이때부터 서서히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방광수축이 멈추고 11시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수면을 취하게 됩니다. 아침이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서서히 멈추고 체온이 오르면서 각성이 되고 7시정도면 깨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수면-각성 주기는 햇빛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이밖에도 식사시간, 활동시간, 업무시간의 영향을 받으면서 24시간 주기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일정한 주기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게 됩니다.
생체시계 기능은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콜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심장박동을 증가시키고, 몸을 긴장되게 만들며, 체온을 상승시킵니다. 따라서 몸의 이완을 방해하고 입면을 어렵게 합니다. 통상적으로 어떤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에 의해서 불면증이 시작되면 입면가능 시간이 기존 시간보다 3-4시간 지연됩니다. 11시에 자던 사람이 2시나 3시쯤 졸리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는 평균 지연시간이므로 이보다 더 긴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불면증이 있는 분들은 하나같이 억지로 잠들려고 합니다. 심지어 11시에 주무시던 분들이 행여 '못 잘까봐' 9시나 10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이것을 안전행동 또는 보상행동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불안증상이 나타나는데, 원하는 시간에 잠이 오지 않고 다음날 있을 일에 대한 걱정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걱정과 긴장을 많이 하면 할수록 각성수준이 높아지고 잠들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다음날에 대한 걱정이 되더라도 잠이 자연스럽게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2.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과 잠의 깊이는 이전에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깨어있었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항상성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장시간 동안 수면박탈이 일어나면 수면욕구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빨리 잠들 수 있고 깊게 잘 수 있습니다.
수면은 5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2단계의 얕은 수면, 3-4단계의 깊은 수면, 꿈을 꾸는 단계인 렘수면으로 구분됩니다. 각 단계의 역할이 과학적으로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수면박탈 연구결과를 보면 피험자들을 의도적으로 잠들지 못하게 만든 다음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3-4단계의 깊은 수면이 가장 먼저 보상이 되고 다음으로 꿈수면이 보상되고 1-2단계의 얕은 수면은 덜 보상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잠을 못 잤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보통 7-8시간 혹은 그 이상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보상심리 때문인데, 이처럼 보상심리에 의한 보상행동을 하게 되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수면이 확실하게 박탈되는 현상을 방해합니다. 왜냐하면, 누워서 눈감고 선잠을 자는 행동 때문에 뇌로 하여금 '잠이 현재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즉, 심리적으로는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신체적으로도 피곤한데, 뇌는 '잠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줄여 뇌로 하여금 '잠이 부족한 상태'임을 알게 하고, 뇌가 스스로 알아서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 수면시간보다 수면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해진 적정 수면시간은 없습니다. 다만 연령에 따른 평균 수면시간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신생아들은 16-18시간을 자고 어린 아이들은 평균 9.5시간을 잡니다. 청소년에서 초기성인은 7-8.5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노년기가 되면 밤잠 7시간 낮잠 1시간을 합쳐 8시간 정도를 잔다고 합니다. 이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아니며 앞서 언급했듯 평균적인 수면시간입니다.
수면의 질과 양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8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할 수 있고 6시간을 자도 푹 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수면효율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데, 수면효율이란 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과 총 수면 시간의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8시간을 잔 사람이 8시간만 누워 있으면 수면효율이 100%가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85% 이상이면 정상이고 90% 이상이면 양호하다고 봅니다.
불면증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수면효율이 85%이하로 저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5시간 밖에 잘 수 없는데 8시간을 누워 있으므로 수면효율이 63%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수면효율을 90% 이상으로만 올려줘도 이 환자는 깊게 잘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치료 전에는 "불면증이 없을 땐 7-8시간씩 잤었고 그때는 이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으니까 잠자는 시간을 늘려야 돼."라는 생각으로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증가시켰다면, 이제부터는 "지금 5시간 밖에 못자는 상황에서 누워있는 시간을 늘려봐야 수면효율만 떨어지고 깊게 못잘 뿐이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면을 제한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을 수면제한요법이라고 부르는데 이 방법을 사용했을 때 불면증 환자분들의 70-80%가 증상의 호전을 경험했습니다.
위의 3가지 내용을 숙지하시고 1-2달 꾸준히 실천하신다면 불면증에서 탈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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