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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와 환자는 "여행 동반자"

 

 

프랑스 소설가인 Andre Malraux는 수년 동안 고해성사를 해왔던 시골의 한 신부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깨달은 바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하며 사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은 없다." 치료자나 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은 인생의 기쁨뿐 아니라 어두움, 이를 테면 환멸, 노화, 질병, 고립, 상실, 무의미, 고통스러운 선택, 그리고 죽음 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극적인, 그러나 현실적인 삶에 대한 견해는 나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쳐왔다. 환자/치료자, 내담자/상담자, 피분석가/분석가, 내담자/촉진자, 혹은 가장 불쾌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사용자/서비스제공자 등 치료적인 관계를 일컫는 말들이 많이 있지만 그 어떤 말도 내가 치료적인 관계에 대해 느끼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 대신에 나는 나와 나의 내담자를 여행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말은 "그들"(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우리"(치료하는 사람) 간의 차이를 없앤다. 우리는 모두가 동반자이며 치료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존재의 비극을 피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치료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는 Herman Hesse의 [유희의 명인]에 등장하는 Joseph과 Dion이라는 성서시대 두 명의 유명한 치료자들의 이야기이다. 두 명의 치료자 모두가 매우 효과가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 더 젊은 치료자인 Joseph은 침묵을 통해 작업했고 듣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와 반대로, 더 나이가 많은 치료자인 Dion은 그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직면하고 그들이 고백하지 않은 죄를 찾아냈다. 그는 위대한 판단자요, 질책자요, 수정자였으며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치료했다. 그는 고해자들을 아이처럼 대하며 조언을 주고, 참회를 하도록 벌하며, 순례나 결혼을 명령하고 원수들과 화해하도록 시켰다.

 

이 두 명의 치료자들은 Joseph이 영적으로 병이 들어 어두운 절망에 빠져 자기 파괴적인 생각들로 괴로워하기 전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수년 동안 서로 라이벌로 활동했다. 자신의 치료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치료할 수 없었던 Joseph은 Dion의 도움을 구하고자 남쪽으로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그의 순례여행에서 하루는 저녁 무렵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이 많은 한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Joseph이 자신의 순례여행 목적과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설명했을 때 그 여행자는 자신이 Dion을 찾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나중에 함께하는 긴 여정의 중간쯤, 나이 많은 여행자는 Joseph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혔는데, 놀랍게도 그는 Joseph이 찾고 있었던 Dion이었다.

 

Dion은 망설임 없이 좌절한 자신의 라이벌을 집에 초대하고 그곳에서 함께 살며 일했다. Dion은 먼저 Joseph을 하인으로 일하게 하고, 나중에는 학생으로 높여주고, 마침내는 완전한 동료로 대했다. 세월이 지나 Dion은 병이 들어 죽음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Joseph을 불러 과거에 대한 자신의 침묵을 깨뜨렸다. Dion은 Joseph을 사막에서 만났을 때 자신 역시 절망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공허하고 영혼의 병으로 자기 자신을 도울 수가 없어서 도움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오아시스에서 서로 만났던 그날 밤, 그 역시 유명한 치료자인 Joseph을 찾기 위한 순례여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도움을 주고받음, 치료자와 환자와의 관계에 대한 너무나 명확한 설명이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젊은 치료자는 가르침과 멘토를 받았고 또한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양육과 보살핌을 받았다. 그에 반해 늙은 치료자는 상대방을 돕고, 자식으로서의 사랑과 존경, 고독함에 대해 위안을 주었던 사람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나는 이 두 명의 상처받은 치료자들이 서로에게 좀더 도움이 될 수 없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그들은 좀더 깊이 있고 진실 되며 좀더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는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정한 치료는 그들이 여행 동반자이며, 그들 모두가 단순한 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고백하는 정직함을 보였던 Dion의 죽음의 순간에 일어났는지 모른다. 20년간의 비밀이 그 자체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좀더 심오한 종류의 도움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Dion이 죽움을 앞두고 했던 고백이 20년 전에 일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치료자와 도움을 구하는 이가 서로 해답 없는 질문에 맞서는데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Irvin Yalom의 [치료의 선물]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심리 상담가 Yalom의 책 구절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자칫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의 관계로만 보여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관계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좀더 깊이있는 상담을 위해서는 치료자 자신 역시 실존의 문제를 안고 있고 인간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하고 치료의 과정은 그러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주는 내용입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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