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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나요?" 입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되면 '삶을 좀더 도전적으로 살 수 있고, 인간관계도 더 원활해지고, 스스로에 대해 더 만족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높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나 인간관계 만족도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자존감'과 '친밀감'을 선택할 것입니다.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남과 잘 지낼 줄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얼마든지 풍요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서적들을 보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문구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합니다. 백프로 동감하는 말이고 저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지도 못했고, 가정은 불우했고, 친구들한테 인기도 별로 없고, 특별한 재주도 없고, 외모도 그저 그렇고, 유머감각도 제로인데다가 공부도 잘 못하고 돈도 잘 못버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모든 악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경우나 이 중에 한 두가지만 가지고 있는 경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평가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떤 기준이 있고 거기에 미치는가 못 미치는가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게 됩니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 다리가 길고 짧고, 집이 부유하고 가난하고, 친구가 많고 적고 등 자신이 세워놓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주입한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저울질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남과 제 자신을 비교하면서 평가에 열을 올립니다. 좋은 평가를 한 날은 기분이 좋고, 나쁜 평가를 한 날은 우울하고 속상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늘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할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도 자존감이 오르락 내리락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좌절에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자존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는데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책에 나온 내용대로 되지 않는 것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높은 자존감'이라는 허상을 쫒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항상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실망스러운 일이 있어도 거뜬히 이겨내고, 모든 인간관계가 편안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마치 긍정의 아이콘처럼 슬픔, 절망, 분노, 불안 따위는 느끼지 않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할지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소위 강철멘탈을 가진 사람을 보고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월이 흘러서 그런 건지, 상담경험이 쌓여서 그런 건지, 이제는 좀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강철멘탈을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있게 느끼고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소리와 감정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나를 존중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감정을 깊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좌절감을 느꼈다고 자신을 루저 취급하지 않고, 질투심을 느꼈다고 자신을 소인배 취급하지 않으며, 분노를 느꼈다고 자신을 죄인 취급하지 않아야,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평가를 하면서 보면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기준에 맞는가 안 맞는가에 따라 좋고 나쁨을 판단하느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것을 마음깊이 깨닳은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하루하루 노력하지 않으면 금새 평가의 늪에 빠져듭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는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제 자신을 더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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