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

 

 

달라이 라마는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낭만적인 사랑은 이룰 수 없는 환상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 절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왜 달라이 라마가 그런 말을 했을까. 육체와 영혼의 합일을 통해 불완전한 두 개인을 완전한 전체로 만들어 주는 사랑의 이상향, 낭만적 사랑이 왜 절망의 씨앗이라는 말인가? 그럼 결혼을 통한 낭만적 사랑의 완성 또한 다만 꿈일 뿐 현실은 비극일 수밖에 없단 말인가? 그럼 정말 사람들의 말처럼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안 되는 걸까? 혹시 이것은 낭만적 사랑을 질투하는 사람들이 만든 잘못된 정의는 아닐까?

 

연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제된 두 사람만의 사랑을 질투한다. 이것은 어릴 적 부모의 닫힌 침실 문밖에서 자신만이 배제되었던 기억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주변과 격리된 채 서로에게만 몰두하고 있는 연인들에 의해서 더욱 강화된다. 그러니 이들의 사랑이 주변에 절망을 안겨 줄 가능성은 있지만 이들 자신에게는 어떻게 절망의 씨앗이 된다는 말인가?

 

우리가 깨야 할 편견은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만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믿는 것이다. 열정은 가끔 예고 없이 우리를 방문하여, 삶의 의미와 희열을 맛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다시금 희망과 기쁨을 안고 인생을 살 수 있게 하고, 애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주변을 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열정은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받는 선물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다. 단테의 작품 [신곡]의 '연옥' 편에 나오는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처럼 떨어지지 못하고 붙어만 있는 것은 또 하나의 형벌일 뿐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다른 목소리와 생각을 가지고 항상 붙어 있다는 게 어떻게 선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평생을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살길 바라는가? 그러면 과연 행복할까? 그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글쎄다 왜냐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우리의 내적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에겐 사랑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은 외부 세계와는 어느 정도 격리된 채 둘만의 캡슐 속에서 합일의 희열에 몸과 마음을 맡긴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에 돌릴 에너지가 그리 많이 남지 않게 된다. 즉 지속적으로 사랑의 열정에만 에너지를 집중할 경우, 직업적인 성취 혹은 다른 대인 관계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과 결혼'은 '말과 마차'와 같은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로 결혼이라는 마차를 끄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아마 열정적인 사랑으로 마차를 끌면 변덕스럽고, 강렬하고, 외부 환경을 돌아보지 않고 활화산 같이 질주하는 말로 인해 마차는 곧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초의 열정과 사랑을 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결국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주목해 볼 만 하다.

 

 

김혜남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중에서...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선생님이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쓴 글의 일부입니다. '사랑'을 '말', '결혼'을 '마차'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열정적인 사랑만으로 결혼생활을 이끌려고 하면 그 불안정함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열정적인 사랑은 쉽게 타오르는 반면 쉽게 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을 잘 하려면 '사랑에 빠진' 상태보다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상태란, 상대의 아름다움에 반해 환상을 쫓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부족한 점과 허물을 보고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싸안아주고 덮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환상이 깨진 후에도 사랑이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생활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함께 하되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간혹 '집착'과 혼동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고, 뭘 하든 항상 같이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상대 생각만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이 큰 만큼 이 세상 무엇보다 상대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혼자 있기가 두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독립성마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함께 하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까봐' 혹은 '상대의 사랑이 진심이 아닐까봐' 불안해 하는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런 불안정한 사랑 또한 결혼생활을 숨막히게 만들고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상대의 부족한 점을 감싸안아주고 독립성을 인정해줍니다. 자신도 상대만큼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독립성을 인정해줘도 상대가 달아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이라는 결혼생활의 긴 여정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참을성 있고 기복이 심하지 않은 '말'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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