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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그리고 감정의 성숙

 

 

감정은 적절히 표현되고 이해받을 수 있다면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애도다.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좌절 상황과 화해할 수 있다. 이전에 담당했던 역할과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단계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하는 순간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아야 하는 순간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도다. 만일 이러한 좌절 상황들을 애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퇴행이나 심리적으로 경직된 상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도의 기능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Freud였다. Freud는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걸작을 저술하였다. 그 책에서 그는 무엇보다 애도와 우울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 대해 애도로 반응할 때, 나를 둘러싼 세계가 축소되는 경험을 한다. 반면, 동일한 사건에 우울로 반응할 때는, 자기 자신이 축소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가 심리치료라고 부르는 과정의 많은 부분이 이렇게 우울을 애도로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애도 속에서 성장은 계속 될 수 있다. 즉, 내담자는 현실을 애도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Stark는 많은 정신병리가 애도되지 못한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Stark에 따르면, 심리치료는 본질적으로 애도의 과정이다. 치료실에서 내담자는 연민을 가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전에는 자신만이 가진 결함이라고 생각했던 고통스러운 현실을 대면한다. 치료 초반 내담자들은 문제가 자기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이후 내담자들은 비록 문제가 내 탓은 아니지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나간다.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 자신을 수정시키는 것은 어떤 전지전능한 대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포기하고 애도할 때 가능하다. 이런 과정은 사실 성장해나가는 인생길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과정이다. 곧, 우리는 피할 길 없는 문제에 맞서 현실의 불공평함을 수용하고, 부족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Nancy McWilliams 박사의  [정신분석적 사례이해] 중에서...

 

 

미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심리학자인 Nancy McWilliams 박사가 심리치료에서 '애도'가 감정의 성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주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애도는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아끼고 사랑하던 대상을 잃어버린 채, 상실감, 두려움, 분노와 같은 쓰디 쓴 감정을 안고 한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던 사람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하거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거나, 건강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는 눈앞이 캄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유형의 상실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거나, 타고난 외모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성격이 예민하고 낯을 많이 가려서 친구가 없었다거나 하는 일들은 인생 전반에 걸쳐 장기적으로 감정을 좀먹고 감정이 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상실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에 대해 애도하지 못하고, 현실의 불공평함을 수용하지 못한 채 원망과 자기비난만 반복한다면 심리적인 부적응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McWilliams 박사는 감정이란 적절히 표현되고 이해받을 수 있을 때 성숙해진다고 했습니다. 상실경험으로 인해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고, 이에 대해 충분한 위로를 받은 다음, 현실의 불공평함을 받아들이고, 제한된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볼 용기를 갖는 것이 애도이며, 이 과정을 통해 감정이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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