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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좋지 않더라도 ‘생각’은 긍정적으로

여러분은 본인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나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지?’,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하지?’와 같은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면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닐 거야’, ‘이번엔 운이 좀 없었네’, ‘다른 사람들도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이겨내면서 살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고, 후자는 ‘긍정적인’ 생각들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고, 긍적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울하고 불안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부정적인 생각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 스스로는 자신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죠. 그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패턴이 오랜 세월 몸에 베어 있어서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불편한지 모르는 상태인 것이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 때문에 자신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것이지, 본인이 ‘생각’을 부정적인 쪽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 우울하고 불안한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만약 ‘생각’이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생각’만 바꾸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황’은 그대로인데 ‘생각’만 바꾼다고 뭐가 좋아질까 싶은 것이죠. 말장난 같기도하고 자기최면 같기도 하니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물이 절반 정도 채워져 있는 컵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하니 어이가없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목이 너무 마르고 물컵 전체가 다 채워져 있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는 태평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내가 예상하기에 저 물을 다 마시고 나면 그 다음에 물이 다 채워지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사태평하게 ‘다 마시고 나면 어떻게든 또 채워지겠지’라는 생각을 밑도 끝도 없이 어떻게 하냐는 말이죠. 본인 경험 상 목마른 순간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절반이 채워져 있는 물컵을 보고 도저히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상황’이 아닌 ‘생각’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지] 자체가 안 되는 것이죠. 이것만 깨고 나오면,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우울감과 불안감까지 경감시킬수 있는데, 무엇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모르다보니까 악순환에 빠져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예시를 들어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A군은 미국 유명 대학 유학생으로 현재 3학년입니다. 좋은 대학을 다니고는 있지만, 학교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 과제도 많고 시험도 자주 보는 편인데, 평소 미루는 습관이 있는 A군으로서는 주어지는 과제와 시험을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3학년이 되니 전공수업도 많아지고 수업 난이도 또한 높아져서 강의를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한국에서 보다 훨씬 비싼 학비를 내고 유학을 하고 있는 것인데 학교를 제대로 못 마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무서웠습니다. 일주일 뒤면 중간고사인데 출석율도 나쁘고 과제도 마감일을 넘긴 상태라 아무런 희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계속 잠만 와서 시험공부도 못하고 과제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A군이 처해 있는 ’상황‘은 분명 좋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A군은 자신의 ’상황‘ 때문에 우울하고 불안해져서 난관을 헤쳐나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상황‘을 바꾸어야 하는데 수업이 어렵고 과제가 많은 현실은 바뀌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무기력해져서 수업도 자꾸 빠지고 과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때 A군에게 안 좋은 ‘상황’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A군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학기가 한달이나 지났고, 그동안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난 이제 가망이 없어. 망했어..”

“과제를 한다고 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거야. 하나마나야.”

“내용 자체를 이해 못하겠는데 시험공부를 한다고 이게 과연 될까? 안 될 거 같애.. 내 능력의 한계를 벗어났어.”


그리고 A군은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A군의 생각이 터무니 없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상황’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다만 한가지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죠.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생각’도 부정적으로 하기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생각‘은 긍정적으로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잘 될거야”, “아무 문제 없어”와 같이 맹목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면 지금보다는 나을거야.”

“좋은 성적을 받기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노력했다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중간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을거야.”

“안된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 자신에게 좀더 떳떳해질 수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현실’의 부정적인 면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안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만한 부분이있음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A군과 함께 ‘생각바꾸기’ 연습을 여러차례 반복 실시하고 어떤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지 찾아본 결과,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침대시트부터 깨끗하게 정리하고 샤워를 바로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샤워를 하고 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도서관에 앉아서도 공부해봤자 안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럴 때마다 메모해두었던 ’긍정적인 생각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중에도 처해있는 ‘상황’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분이 있으시다면, ‘상황‘은 좋지 않더라도 ’생각‘은 긍정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는 날에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줄기 빛이 보이기 마련이고, 당장그 빛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먹구름 뒤에는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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