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상체계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까지도 결정한다라는 말은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누구나 다음과 같은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겁니다.
시험을 잘보고 왔더니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시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시자, 꽤 기분이 좋아지면서 ‘다음에도 시험을 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 미술경연대회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상을 받게 됐고 선생님께서도 잘 그렸다면서 칭찬을 해주시니, 기분이 우쭐해지면서 ‘나중에 크면 화가가 되볼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칭찬을 받거나 어떤 긍정적인 보상을 받게 되면,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고, 보상이 주어졌던 그 행동을또 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그 행위가 자신에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 해도 보상만 주어질 수 있다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비만인 아이가 있습니다. 운동을 너무 싫어하지만, 엄마가 수영을 갈때마다 만원씩 용돈을 준다고 하니까, 억지로 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게임머니를 구매합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걸 너무 싫어하는 어른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엑셀 파일을 보며 회계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이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이걸 하면 월급을 주니까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일합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나 가치가 있는지 모르면서도, 보상을 준다고 하니까 싫은 거 꾹 참고 억지로라도 주어진 걸 합니다. 이 정도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이런 보상을 아무리 제시해도 꿈쩍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칭찬, 인정, 돈, 혹은 인간대접을 해준다고 해도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그 사람을 둘러싼 주변인들은 애가 타고 미칠 지경이 됩니다.
“대단한 성공을 하라는 거 아니니까, 그냥 뭐라도 좀 시작해보자. 너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뭐라도 좀 배워볼래? 잘 못해도 괜찮아.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게 낫잖아.”
이렇게 어르기 시작했다가 여기에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병원 가자’고 합니다. 물론 이 제안에도 시큰둥한반응이고, 억지로 끌려 간다 하더라도 몸만 왔다 갔다 할뿐 ‘생각’은 없어 보이죠. 그냥 ‘우울증’이라는 꼬리표 하나만 생길 뿐 변화되는 건 없습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는 경우가 생길까요?
보상체계에는 내적 보상과 외적 보상이 있습니다. 내적 보상은 ‘어떤 행위를 하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행복감, 기대감, 뿌듯함’ 등을 말합니다. 외적 보상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칭찬, 인정, 돈, 지위, 인기‘ 등을얻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적 보상과 외적 보상 둘다 필요합니다. 자동차로 치면 둘다연료가 되는 것이죠.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외부에서 연료를 주입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연료가생산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한데, 위의 경우 연료를 주입해주겠다고 하는데도,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움직여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죠.
차의 모양이 다 갖춰져 있고 원하면 연료도 충분히 넣어주겠다고 하지만,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거나 가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굳이 힘들게 뭐하러 길을 나서려고 할까요? 겉으로만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지만, ’보상체계의 붕괴‘의 관점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이 사람도 과거에는 외적보상을 따라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입니다. 앞의 예시들에서처럼 말이죠. 칭찬받고싶어서 공부를 했을 수도 있고, 용돈을 받으려고 운동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왜 그 행위를 해야 하는지 의미를 몰랐거나, 그 행위를 하는 과정 자체가 괴롭고 힘들기만 했다면 (즉, 내적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난이도가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 그것이어떤 행위이든 간에 더이상 공을 들여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외부에서 아무리 동기부여를 해도 더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기 때문에 시동을 끄고 멈춰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외적보상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멈추지 않고 꼬물꼬물 무언가를 계속 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재밌어서, 이걸 하면 마음이 뿌듯해져서, 자신에게 가치있다고 느껴져서, 의미있는 일이라서‘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면, 성적이 상위권이 아닌데도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꾸준히 하는 중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아서공부를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상위권 대학을 못 갈수도 있고 알아주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할수도 있지만, 그런 외적 기대치들이 이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렇게 공부한 결과 지금은 어엿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습니다.
앞에 동기부여가 안되고 멈춰버린 사람의 경우, ’최고 대학 가는 것‘이 공부의 목표라고 배웠고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공부한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 절망했던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적보상 없이 외적보상으로만 움직이다가 외적보상이 시들해지니까 동기부여가 되지않으면서 멈춰버린 것이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일에대해서는 어떤 댓가를 치르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의미있고 가치있다고 여기며 살고 계시나요? ’어떤 행위를 하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행복감, 기대감, 뿌듯함‘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계시나요? 아니면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칭찬, 인정, 돈, 지위, 인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고 계시나요? 전자는 내적보상이고, 후자는 외적보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보상을 더 의미있고 가치있게 여기느냐에 따라 동기부여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고, 스트레스와 좌절 상황에서 버텨내는 ‘힘’이 달라질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외적보상 체계‘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꿈을 쫓으라‘는 이상적인 말씀을 드리는게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 외적보상에만 끌려다니지 말고, 그것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며하자는 것입니다. 겉으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것도 성의를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걸 발견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입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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