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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지 않을 권리

몇년 전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저도 그 책을 읽었고,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 남 눈치보느라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미움 받더라도 자기 소신껏 살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 생각해보니, 이 말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남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나만 개의치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냐는 말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 돌리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만사 본인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긴 합니다만, ‘어떤 일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컬럼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학교폭력’입니다. 왕따, 은따, 집단 괴롭힘, 빵셔틀, 온라인 폭력 등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들을 보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특정한 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미워하고 괴롭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못생겨서, 잘난 척 해서, 찐따 같아서, 지저분해서, 공부 못해서, 가난해서’ 등 미워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찌됐든 결론적으로 본인 맘에 안 든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워해도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남을 미워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죠.


정말 안타깝게도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은 대부분은 ’미움받는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습니다. 내가 ‘못생겨서, 잘난 척 해서, 찐따 같아서, 지저분해서, 공부 못해서, 우리집이 가난해서’ 왕따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내가 지금의 내 모습만 아니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외모, 능력, 성격, 집안 등을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반에 여러 학생들이 있는데, 그중 자신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니, 뭔가 원인이 본인에게 있을 것이라고 결론짓게 되는 것이죠. 만약 가해자인 상대 아이가 문제라면 그 애가 미움을 받고 괴롭힘을 당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애는 오히려 인기도많고 잘 나가는 걸 보면서 결국 원인은 스스로에게 있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미움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키가 크든 작든,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운동신경이 뛰어나든 부족하든, 성격이 평범하든 특이하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미움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명제를 배우지 못하고 큰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학생에게 필요한 생각은 자신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이 ‘모든 사람은 미움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내가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미워해도 되고 무시해도 되고 괴롭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관점이고, 이게 바로 문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학교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병사들간의 괴롭힘, 남녀갈등, 가족갈등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의 의식과 문화가 변화해야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미워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 무시, 왕따, 괴롭힘으로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부디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 건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부모의 잘못이고, 사회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우지 못한 가해자들의 잘못임이 분명합니다. 이 글이 조금이나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고, 힘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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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대상은 본성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자연선택론적으로 자연도태돼야 하는 대상인 듯이요. 미움의 대상은 시대와 장소, 남녀노소, 동물을 불문하고 동일한 것 같습니다. 매력이 없는 외모와 성격은 무관심 속에 살거나 혐오를 받고 도태되는 건 당연한 이치 같아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 다른 삶을 살겠죠? 어떻게 상황이 변할 수 있었을까요? 미워하는 사람들이 변해줬을까요? 미움받는 사람이 변했을까요?... 미움받는 사람이 변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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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극복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미움받는 원인을 ‘자신’에게 두었다가, 그 원인을 미워하고 있는 ‘상대’에게 두기 시작하면서 치유가 되시더라구요. 이것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 자신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후에 자존감을 쌓아가는 새로운 삶의 여정이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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