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착한 아이” 증후군

최종 수정일: 1월 16일



'착한 아이'와 '착한 아이 증후군'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1시간만 놀이터에서 놀기로 엄마와 약속하고 외출을 했습니다. 놀다보니 1시간이 금새 지나갔습니다. 친구들은 30분만 더 놀자고 했습니다. 이 아이도 더 놀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가 엄마가 자신에게 화낼 모습을 상상하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한테 안된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가 '잘 놀다 왔니?'라고 묻자 '네 아주 재밌게 놀다 왔어요'라고만 대답하고 '더 놀고 싶었는데 못 그랬어요'라는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이 아이는 엄마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친구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엄마와 1시간만 놀고 들어가기로 약속했고 본인도 그정도만 놀고 들어가서 다른 걸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며 계속 더 놀자고 했습니다.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엔 같이 놀자고 부르지도 않을까봐 겁이 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고 다음에 또 놀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엄마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 찝찝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에게 거부당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겨져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어쩌다 한두번 일어나는 것이면 '착한아이 증후군'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면 '착한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거나 거부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의 욕구나 감정은 무시한 채 남에게 다 맞춰가며 사는 사람들을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있다,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온순하고 까다롭지 않은 사람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착한사람'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게 되는데, 그냥 '착한사람'과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중요한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착한사람'도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억누른 채 무조건 맞춰주는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고려해서 '절충안'을 찾습니다. 하지만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아는 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잘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상대가 원하는 것에 일방적으로 맞춰주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명은 개성과 주장이 뚜렷한 A라는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순하고 자기주장이 별로 없는 B라는 친구였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고등학교까지 지내다가 대학생이 되면서 사는 지역이 달라졌지만 1년에 몇번은 약속을 하고 만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약속장소를 정할 때 항상 A가 원하는 곳으로 가야했던 것입니다. B는 강북 끝에 살고 있었고 A는 강남에 살고 있었는데 A는 늘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강북은 교통도 좀 복잡하고 갈 곳도 마땅치 않으니까 이번에도 강남역 근처에서 보자" 그럼 B는 그 말에 맞장구치며 강남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고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한번은 발목을 삐어서 걷는게 불편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아무말 못하고 강남까지 갔고 걸음이 느려 늦은 것에 대해서도 친구에게 거듭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A와의 관계가 끊어질까봐 자신의 감정은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착한아이 증후군'은 '애정결핍'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정결핍'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부모가 바빠서 아이에게 무관심한 경우, 관심을 기울이기는 하는데 기준이 높아서 인정을 잘 안 해주는 경우,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해주지만 정서적으로는 둔감해서 공감을 잘 못해주는 경우,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자주 싸우는 경우, 부모가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아파서 정상적으로 돌봐줄수 없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순한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불편함을 잘 표현하지 않다보니까 보호자가 이 부분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여 방치될 수도 있습니다. '쟤는 어릴 때 속한번 썩힌 적이 없어', '항상 어른스러운 애였어', '어린애가 기특하게도 어른을 챙긴다니까'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아서 '착한아이'로 지내는 것이 긍정적 강화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애정결핍'이 누적되면 우리 안에는 '거절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나는 착하게 산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걸 보면 '나한테 어떤 결함이나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애정욕구'는 본능적이고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걸 포기하느니 '나 자신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착한아이 증후군'에 빠져 있다보면 '점점 자신을 잃어버려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땐 괜찮다가고 '관계'가 시작되면 '상대'만 존재하고 '나'는 사라지는 것이죠.


'착한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표현'해보는 연습입니다. 표현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표현해보라고 하면 잘 할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혼자 있는 시간에 '오늘은 기분이 좀 별로네 웃을 기분이 아니야.', '오늘은 멀리 나가고 싶지가 않네',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국물 들어간 점심을 먹고 싶다'와 같이 자신의 기분과 욕구에 잠시 집중해보고 그걸 혼잣말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과 그 생각을 말로 직접 표현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표현을 통해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거구나'라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당장은 이러한 표현을 상대에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혼자서라도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좀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요구와 거절을 일부러 해보는 연습입니다.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다는 이유로 요구하지 못하거나 거절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얼마든지 이정도는 스스로 할수 있으니까' 혹은 '이런 부탁 정도는 나한테 별로 피해가 없으니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도움을 요구하지 못하거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요구하거나 거절하지 못하던 습관이 큰 것에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요구해보고 거절해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큰 것에서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다른 도와줄만한 사람이 없을텐데 어쩌지?', '얘가 여기까지 오려면 너무 멀텐데 이리로 오라고 하는 건 이건 민폐야', '이 사람도 화가 나서 그런 걸테니까 내가 이해하고 참아주자', '내가 여기서 내 주장을 해버리면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질 것 같으니 일단 웃으면서 맞춰주자' 한 마디로 '나 하나 희생하고 참으면 만사 평화로워진다' 마인드인 것이죠. 하지만 여기엔 한가지 중요한 트릭이 숨겨져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희생'이 아니라 '무시'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에도 내 욕구나 생각을 무시하면 만사 평화로워진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무시'하면서까지 평화로움을 지켜야 하는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질문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스스로 '아니다'라는 답을 내리고 나면,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조율과 협상'을 해보면 좋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해관계가 얽힌 모든 사안은 반드시 조율과 협상이 가능하다"


이 말을 기억해두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말과 행동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세상에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에게는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넘쳐나겠지만,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조율하고 협상'해야 하는 것들이 훨씬 더 많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착하게' 살되,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착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조회수 226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