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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과 충족”

최종 수정일: 2023년 2월 2일

'저 사람 애정결핍 있나봐..', '나도 혹시 애정결핍 아닌가?' 이런 생각 다들 한번씩 해보셨을 겁니다.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어른이 된 후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과도하게 애정을 요구하거나, 사소한 무관심과 거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애정결핍이 있다'라고 자주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애정결핍이 '있다' 혹은 '없다'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애정욕구가 항상 충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애정결핍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정서상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독립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애정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순간이 있고, 스스로 이걸 감지하게 되었을 때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죠.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잡고 시간을 같이 보낸다든지, 동호회 같은 곳에 참여해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린다든지, 가족들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애정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기 때문에, 안정감을 되찾아 다시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정욕구가 잘 채워지지 않고 애정결핍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로워서 남들한테 연락을 하려고 해도 과연 반갑게 맞아줄까 싶어 선뜻 연락을 못하기도 하고, 연락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가 조금이라도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가 보이면 할말도 제대로 못한 채 성급히 끊어 버립니다. 만났을 때도 상대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눈치를 계속 살피느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헤어진 다음에는 같이 있는 동안 주고 받았던 말들을 생각하며 ‘나는 쓸데없이 그런 말을 뭐하러 했지?’, ‘걔는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던 걸까?’ 수없이 고민합니다. 과정이 이렇다보니 애정욕구가 채워진다기보다는 더 결핍된다는 느낌이 들어 좌절스러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애정결핍이 느껴져도 좀더 쉽게 충족시키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요? ‘나는 과연 사랑받을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인 답변을 얼마나 할수 있느냐에 따라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질문에 항상 백프로 확고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잘 나가고 인기 많은 사람도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사람인지 고민을 하는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자신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보고 남들이 얼마나 자신을 수용해줄 것인지 믿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고, 이 정도가 긍정적일수록 애정결핍을 좀더 수월하게 채우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존감이 높고 애착이 안정적일수록 애정결핍이 생겼을 때 좀더 쉽게 그 결핍감을 충족시킨다는 뜻입니다.


자존감이 높고 애착이 안정적인 사람들이 대인관계 맺는 모습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몇가지 있습니다. 상대에게 호의적이지만,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적절한 관심을 보이고 우호적으로 대하면서도,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는 태도라기 보다는, 내가 우호적인 관심을 보이면 상대도 나에게 그럴 것이라는 일정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상대를 다 믿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나를 비호의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면, 그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거리를 좁히는 것이죠. 하지만 오해가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거리를 더 크게 벌려서 자신을 안전한 위치에 둡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능숙한 운전자와 같습니다. 다른 운전자들도 안전운전을 할 거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차선, 속도, 신호에 맞춰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로주행을 하지만, 운전을 하는 동안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놓지 않는 것입니다. 반대로 애정욕구를 잘 충족시키지 못하는 분들은 초보운전자나 운전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겠고, 자신의 운전실력을 믿을수가없으니까 운전하는 내내 식은땀이 흐르고, 운전 자체를 즐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힘들어 운전대 자체를 안 잡으려고 하다보니, 운전실력이 늘지 않아 다음에도 발전 없이 서툴게 운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운전에 비유한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애정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마치 어린 시절에 이미 결정되어 버려서 변화시킬 수가 없는 ‘고정된 개념’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얼마든지 노력과 연습에 의해 향상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면 바꾸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운전에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가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끼어들기를 못해서 길을 좀 돌아가기도 하고, 신호나 속도를 위반해서 교통딱지를 몇번 떼어도 보고, 주차를 잘 못해서 여러번 넣었다 뺐다를 해보고, 다른 차와 접촉사고도 나봐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다보면, 베스트 드라이버까지는 못 되더라도 가까운 동네 정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해서 다녀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하더라도 올바른 가이드를 받으며 익혀가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본인이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를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기술습득’이라는 것은 어떤 글을 읽고 깨닫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 보며 ‘체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에서는 주요 접근 중 하나로 ‘역할연기’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황과 매우 유사하게 상황을 설정해놓고, 상담자와 내담자가 각각 역할을 맡아서 상담중에 마치 실제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것입니다. 이 치료법을 적용해보면, 내담자가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매우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그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은지 필요한 ‘기술’을 직접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놓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이걸 확장해서 다양한 상황을 설정한 다음 응용을 하다보면,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나아가서는 실제 상황에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애정결핍’, ‘낮은 자존감’, ‘불안정 애착’이라는 말들 때문에 힘드셨다면, 이제부터는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고정된 요인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요인이고, 올바르게 접근만 한다면 이미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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