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의 상담적 의미
- mindforest24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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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시간 전

‘어린 시절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한다’는 표현은 흔히 쓰이지만, 이 말의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서 위로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상담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핵심은 ‘과거에 형성된 나에 대한 이해와 관계의 방식이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현재의 내가 새롭게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가 매우 비판적이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한 과거 회상은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나를 많이 혼냈어요.”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상담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나는 그때 무엇을 느꼈을까?”
“아버지가 나를 혼낼 때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경험을 통해 사람은 어떤 존재라고 배웠을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그러면
“나는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실수하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누군가 나에게 실망하면 관계가 끝난다.”
같은 내적 규칙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만들어낸 심리적 조직입니다.
‘상처’는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계 속에서 살아 있습니다. 가령 어린 시절 부모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서 아이가 부모의 기분을 늘 살펴야 했던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성인이 된 후에도 상대방의 표정을 지나치게 살피고, 상대의 말투가 조금만 달라져도 불안해지고, 상대가 화났다고 느끼면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고, 상대를 만족시키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이때 상담자가 “어릴 때 부모님 때문에 힘드셨겠어요.” 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작업은 “지금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담자가 “잠깐만요. 지금 남자친구가 조금 무뚝뚝하게 말한 것뿐인데, 저는 벌써 제가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네요.”라고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현재의 자동적인 반응과 과거의 경험 사이의 연결을 알아차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치료적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이해하면 현재가 해결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상담에서 과거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내담자가 “아, 내가 이렇게 된 건 부모님 때문이구나.”라는 설명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만 치료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원인을 이해하는 것과 변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항상 완벽해야 했어요.”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해서 다음 날부터 완벽주의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치료에서는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내가 완벽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가?”
“실제로 지금의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가?”
“내가 실패했을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내가 예상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가?”
“나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나를 대하고 싶은가?”
즉, 과거의 이해 → 현재의 패턴 발견 → 새로운 경험과 행동 → 새로운 자기관계의 형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치유’라는 것은 과거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대개 그 당시에는 충분히 얻지 못했던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실수해도 괜찮아.”
“네 감정이 틀린 것은 아니야.”
“네가 싫다고 말해도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야.”
“모든 것을 네가 책임질 필요는 없어.”
“너는 무언가를 잘해서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이것을 상담자가 말해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담자가 실제 관계와 삶 속에서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상담자에게 자신의 화를 표현했는데 상담자가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견뎌주는 경험, 친밀한 사람에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했는데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경험, 실수를 했는데 스스로를 심하게 공격하지 않고 회복하는 경험.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과거에 형성된 내적 모델이 조금씩 수정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요즘 상담에서 흔히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보세요.”
“그 아이를 안아주세요.”
“그때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같은 접근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어떤 내담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내담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고가 강한 내담자에게 무조건 이런 작업을 시키면 오히려 “그래서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 건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정서적 재경험보다는 자신의 심리적 패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재의 관계에서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치료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의해 만들어진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그 패턴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상담에서는 결국 “부모님이 나에게 무엇을 했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그 경험 때문에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으며, 이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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