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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채워줄 수 없는 것들

9월 12일
3분 분량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AI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위안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언제든 답해 주고, 판단하지 않고, 사람에게는 하지 못한 말을 꺼낼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로서 그 자리를 채워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그렇게 AI에게서 꾸준히 위로를 받아 온 분들조차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허전하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이 허전함은 AI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아무리 정교해지고 다정해지더라도, 애초에 그것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AI가 주는 위로와 사람 사이의 관계가 주는 것 사이에,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일방적인 앎: AI는 나를 진짜로 알지 못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에게 나를 알리는 동시에, 상대 역시 나에게 자신을 조금씩 열어 보입니다. 이 앎은 서로를 향해 흐르는 쌍방향의 과정입니다. 내가 상대에 대해 알게 되는 만큼, 상대도 나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갑니다.


AI와의 대화에서는 이 흐름이 한쪽으로만 향합니다. 나는 나의 하루와 감정, 고민을 계속해서 꺼내 놓지만, AI는 그것을 기억하고 반영해 줄 뿐 자신의 것을 나에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이 관계에는 애초에 '서로 알아 간다'는 감각이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도, 누군가에게 정말로 알려졌다는 느낌,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알아 가고 있다는 느낌은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해지는 마음


진짜 관계에서 오는 위로에는 상대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감수한다는 사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친구가 늦은 밤 내 전화를 받고 다음 날 피곤함을 견디는 것, 가족이 내 걱정에 함께 잠을 설치는 것, 누군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내 곁에 있어 주는 것—이런 것들은 상대에게 실제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바로 그 비용이 위로에 무게를 실어 줍니다. 나를 위해 상대가 무언가를 감수했다는 사실은, 내가 그만큼 그 사람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AI는 나를 위해 잠을 설치지도, 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지도 않습니다. 언제든 매끄럽고 친절하게 반응해 주지만, 그 친절에는 나를 위해 치른 비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위로가 아무리 따뜻하게 느껴져도, 어딘가 가볍게 남는 것입니다.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몸의 온기


위로는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힘든 순간 누군가 그저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 말없이 어깨를 감싸 주는 것,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전해지는 체온과 숨소리—이런 몸을 통한 존재감은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위로를 전달합니다. 때로는 가장 적절한 말보다,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 주는 것이 더 큰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AI는 아무리 섬세한 문장을 건네도 결국 화면 속의 언어로만 존재합니다. 몸이 없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위로의 한 축 전체가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문장으로는 완벽하게 위로받은 것 같은데도, 정작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 순간 그 위로가 채우지 못한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부딪히고 다시 이어지는 경험 속에서 자라는 신뢰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부딪히고, 상처를 주고받고, 오해가 쌓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분명 힘들지만, 그 갈등을 지나 다시 관계를 회복해 본 경험은 '이 사람과는 부딪혀도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깊은 신뢰를 남깁니다. 이런 신뢰는 오직 실제 갈등을 통과해 본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AI와의 대화에는 이런 부딪힘이 없습니다. AI는 나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고, 나와 다투지 않으며, 그래서 화해할 일도 없습니다. 언제나 매끄럽고 안전하지만, 그만큼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도, 그것을 통과하며 깊어지는 순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갈등 없는 관계는 편안할 수는 있어도, 사람 사이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단단한 신뢰까지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AI가 주는 위로와 사람이 주는 위로는 서로 다른 층위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 없기에, AI에게서 받은 위안이 아무리 크더라도 사람과의 관계로 이어지는 걸음은 계속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AI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들 앞에서, 우리가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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