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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성 성향과 관계의 어려움 — '나'를 너무 사랑해서, '관계'가 어려워질 때

8월 30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0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건강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랑은, 너무 커진 나머지 정작 관계를 어렵게 만듭니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무너진 듯 격렬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실수는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면서 상대의 실수에는 유독 엄격해지고, 관계 안에서 자신이 특별하게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크게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 보이지만, 그 내면은 유리잔처럼 취약하고 불안정합니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흔히 "자기애가 강하다"고 표현하지만, 이 자기애는 사실 자신을 진짜로 사랑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자기애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힘입니다.


실수했을 때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고, 비판을 받았을 때 그것을 위협이 아니라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비판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지적에도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그 관계 자체를 차갑게 정리해버립니다. 겉모습은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그 안쪽은 오히려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무너지는 취약함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취약함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관계에 드러납니다. 이런 사람에게 관계는 나와 대등한 한 사람과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찾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가, 얼마나 감탄해주는가,

얼마나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가가 관계의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가 자신만의 생각이나 감정,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불편해합니다.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는데, 그 거울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당혹스러운 것입니다. 이런 관계 안에 있는 사람은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기분이 늘 먼저예요."


이런 자기애는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흔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어린 시절 지나치게 사랑받고 자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로가 더 자주 발견됩니다. 어린 시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특별한 성취나 재능을 보여줄 때만 부모의 관심과 자랑거리가 되었던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초라한 자신을 견디는 대신 특별하고 대단한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 결핍을 메우게 됩니다. 이 특별한 자기 이미지는 실제로는 아주 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것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 앞에서는 격렬하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방어하게 됩니다. 화를 내거나,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관계를 끊어버리는 방식으로요.


한 내담자는 연인이 자신에 대한 사소한 불만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며칠간 연락을 끊고 냉랭하게 대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처럼 느껴져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지만, 정작 실수하거나 평범한 모습을 보일 때는 크게 실망하는 부모의 얼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는 특별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배웠고, 그 특별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기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연인의 사소한 의견조차, 그에게는 자신의 특별함을 의심받는 신호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이런 자기애를 마주할 때, 가장 흔한 오해는 이것을 단순히 "이기적인 성격"으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아주 오래된 두려움의 다른 얼굴입니다. 대단해 보여야만, 인정받아야만, 특별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관계 안에서 상처받는 상대의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패턴이 왜 그렇게 완강하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만약 자신에게서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면, 필요한 것은 자기 비난이 아니라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비추는지를 사랑하고 있는가." 상대의 칭송과 인정, 관심이 사라져도 그 사람 자체를 여전히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만약 이런 자기애를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가 그 관계 안에서 자꾸만 뒷전으로 밀린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관계의 구조 자체가 한 사람의 거울 역할을 다른 한 사람에게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상대가 나를 특별하게 비춰주지 않아도, 실수하고 평범한 모습을 보여도 여전히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랑입니다.


자기애가 향해야 할 곳은 특별해 보이는 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 받아들임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상대방도 거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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