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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관계의 거리두기 — 좋은 관계에는 왜 '거리'가 필요한가?

8월 30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0일


가까운 사이일수록 거리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진짜 친하다면 서로에게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서로의 감정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연인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면 서운해하고, 친구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그 관계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낍니다. 거리를 두려는 상대의 모습을 마음이 멀어진 신호로 해석하고,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더 자주 연락하고 더 깊이 관여하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관계를 오래, 건강하게 지속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허용합니다.


상대가 혼자 있고 싶어 할 때 그것을 존중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을 때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거리가 있을 때 관계는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유지됩니다. 어째서일까요.


거리가 없는 관계를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상대의 모든 순간을 알아야 하고, 상대의 모든 감정에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고, 상대와 나의 생각이 항상 일치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마치 몸이 하나로 붙어버린 샴쌍둥이와 비슷해집니다. 두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몸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태입니다. 한 사람이 걷고 싶어도 다른 사람이 멈추면 함께 멈춰야 하고, 한 사람이 다른 방향을 보고 싶어도 몸이 붙어 있어 마음대로 고개를 돌릴 수 없습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한 사람이 조금만 다른 방향을 보아도 전체가 휘청거립니다. 작은 의견 차이도 큰 균열처럼 느껴지고, 잠깐의 침묵도 위기처럼 느껴집니다.


두 사람이 각자 온전한 하나의 몸으로,

하나의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는 오히려 아주 사소한 흔들림에도 취약해집니다.


반면 적당한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는 두 사람이 각자 자신으로 설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나는 나대로, 상대는 상대대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더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상대가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해도 그것이 곧 관계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상대가 혼자만의 시간을 요청해도 그것이 곧 마음이 멀어진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 없이 그 시간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거리를 허용하는 관계일수록 더 깊은 친밀함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한 부부는 상담을 받으러 왔을 때, 서로에게 너무 헌신적이어서 오히려 지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의 취미도, 친구도, 시간도 모두 공유하며 하나가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은 답답함을 느꼈고, 다른 한쪽은 그 답답함을 배신처럼 받아들였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말이 "너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해 두 사람은 조금씩,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연습을 해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오히려 더 반갑고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거리가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숨 쉬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두려워하는 마음의 뿌리에는 흔히 하나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거리가 곧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입니다.


어린 시절 관계가 불안정했던 사람일수록, 조금이라도 거리가 생기면 그것이 완전한 이별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관계 안에서 거리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으로 그 불안을 잠재우려 합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대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상대는 자신만의 공간을 빼앗긴 채로 관계 안에 머물러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계 자체를 답답하게 느끼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없애려는 노력이, 오히려 관계를 더 위태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건강한 거리는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면서도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이 있어야, 상대를 향한 사랑이 나를 잃지 않은 채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잃어가면서 상대에게 맞추는 사랑은 오래갈수록 소진되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


그러니 관계 안에서 거리를 느낄 때, 그것을 곧바로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기보다는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거리가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공간인지, 아니면 정말로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인지를요. 대부분의 거리는 전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존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지켜내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좋은 관계는 거리가 없는 관계가 아니라, 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입니다. 그 거리 안에서 두 사람은 각자 숨을 쉬고, 그렇게 숨 쉬는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향해 다가갈 때, 관계는 비로소 오래 지속될 힘을 얻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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