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함'이 두려운 사람들
최종 수정일: 9월 13일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그 사람과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락이 잦아지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관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갈수록 오히려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종종 그 답답함을 못 이겨, 스스로 관계에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끝내버리기도 합니다.
정작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밀어내는 이 모순된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친밀함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사랑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이 두려운 것입니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나를 내어준다는 뜻이고, 나를 내어준 만큼 상처받을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너무 가까워지지 마. 정을 주지 마. 그래야 나중에 덜 아플 수 있어.
이런 마음의 뿌리는 대개 이른 시기의 관계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었다가 그 신뢰가 깨진 경험, 가까워졌다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실망하거나 버림받은 경험은 마음 깊은 곳에 하나의 규칙을 새겨 넣습니다.
가까워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규칙입니다.
이 규칙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지금의 상대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과 마음은 여전히 예전의 위험 신호에 반응합니다.
한 내담자는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초반의 설렘이 지나가고 상대가 진지하게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그 사람의 단점들이 눈에 띄게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별것 아니었던 습관이 거슬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실망하고, 결국에는 “역시 이 사람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관계를 정리하곤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예측할 수 없이 밀어내던 시기가 길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 내어주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것이 따뜻함이 아니라 냉담함일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일찍 배웠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깊어지려는 순간마다, 상대가 실제로 그런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먼저 거리를 두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친밀함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관계가 깊어지려 하면 상대의 단점을 찾아내 마음을 식힙니다.
어떤 사람은 바쁘다는 핑계로 은근히 거리를 둡니다.
어떤 사람은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사교적이고 관계도 많지만, 그 누구에게도 깊은 곳까지는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든 모습의 공통점은, 관계가 일정한 깊이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관계가 깊어지려 할 때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상대에게서 갑자기 단점이 크게 보이기 시작할 때,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싶어질 때, 그 순간이 정말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주는 두려움 때문인지를 구별해보는 것입니다. 이 구별이 쌓이면, 자동으로 걸리던 브레이크 앞에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또한 가까워짐이 곧 위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다시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안전한 관계 안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고, 그렇게 열었을 때 정말로 상처받는지, 아니면 예상과 다르게 그 관계가 나를 지지해주는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 그 작은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오래된 규칙은 서서히 새로운 규칙으로 대체되어 갑니다.
친밀함이 두렵다는 것은 사랑할 줄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를 너무 일찍, 너무 깊이 알아버렸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안전하게 다시 가까워지는 법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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