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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9월 6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3일


이제 마지막으로, 그렇게 굳어진 패턴을 다시 풀어 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답을 찾는 것'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답을 고르는 것'으로 목표를 옮기는 것입니다. 이 말이 타협이나 안일함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정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함께 있습니다. 이 이직을 선택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는 대신 익숙한 안정을 잃습니다. 저 관계에 머무르기로 하면 편안함을 얻는 대신 다른 가능성을 미루게 됩니다. 이는 결함이 있는 선택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의 원래 속성입니다. 완벽한 선택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비로소 '이만하면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태도를 '만족하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최고를 찾아 끝없이 헤매는 대신, 자신의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는 선택지를 발견했을 때 멈추는 태도입니다. 이 태도는 포기가 아니라, 유한한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선택부터 다시 연습하기


자기 신뢰는 큰 결심 한 번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이 적은 작은 선택들을 스스로 내리고, 그 결과를 직접 경험해 보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쌓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종종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라고 권합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남에게 묻지 않고 직접 정해 보는 것, 옷을 고를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게 마음에 드는가'를 먼저 물어보는 것, 주말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한 가지는 꼭 넣어 보는 것과 같은 일들입니다.


이런 선택들은 결과가 크게 잘못되어도 회복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바로 그 점이 연습으로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패의 위험이 낮은 선택에서부터 '내가 정하고, 내가 감당했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쌓다 보면, 그 감각은 조금씩 더 크고 중요한 선택 앞으로 옮겨 갈 수 있는 근육이 되어 줍니다. 근육은 무거운 것을 처음부터 드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반복해서 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후회를 견디는 힘 기르기


선택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후회를 견디는 힘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크고 작은 아쉬움은 남기 마련입니다. 후회가 아예 없는 삶을 목표로 삼으면, 결국 다시 선택을 미루는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후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후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견디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힘입니다. '이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을 '나는 실패자다'라는 결론으로 곧장 잇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후회는 내가 틀렸다는 심판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린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후회를 곱씹으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대신, '그때는 그런 이유로 그렇게 선택했었지'라고 담담히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음 선택 앞에서 조금 덜 두려워질 수 있습니다.


선택의 주체로 다시 서기


이 모든 과정의 끝에는 결국 '선택의 주체로 다시 서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거나, 누구의 조언도 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참고하는 것과, 결정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선택의 주체로 선다는 것은, 여러 정보와 의견을 들은 뒤에도 마지막 결정의 자리만큼은 내가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자리를 되찾는 과정은 더디고, 때로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결정을 맡겨 왔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선택에서부터 그 자리를 하나씩 되찾아 갈 때마다, '내 삶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는 감각도 조금씩 함께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감각이야말로 어떤 완벽한 선택보다도,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 편에 걸쳐 선택 앞에서 망설여지는 마음의 이유와, 그로 인해 놓치게 되는 것들, 그리고 다시 선택을 배워 가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선택을 어려워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도, 성격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쌓여 만들어진 마음의 습관일 뿐입니다. 그리고 습관은,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 해도, 작은 시도들을 통해 다시 배워 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아주 작은 선택 하나를,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스스로 내려 보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 작은 걸음이 쌓여, 언젠가는 더 큰 선택 앞에서도 덜 두려운 자신을 만나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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