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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이해와 자기규정의 차이 — ‘나를 이해하는 것’ vs. ‘나를 규정하는 것’

8월 25일
3분 분량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나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야.

나는 원래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해.

나는 원래 감정 표현을 잘 못해.

나는 원래 관계에서 불안한 사람이야.


이런 말은 때로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하고,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분명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이해와 자기규정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이해는 나를 설명하지만, 자기규정은 나를 가둘 때가 많습니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있으면 긴장하는 편이다.”라는 말과 “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앞의 말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 있을 때 긴장하는 내가 있지만, 익숙해지면 편안해질 수도 있고, 경험이 쌓이면 조금 덜 긴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보다 자신의 규정을 증명하기 시작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한 여성 내담자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도 어려웠고, 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가 조금만 달라져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못해요. 사회성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그녀의 과거를 살펴보니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친한 친구들과 꽤 잘 어울렸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만 자신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유난히 긴장했고,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관계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정말 필요했던 문장은 “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야.”가 아니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받을까 봐 긴장하는 경향이 있구나.”


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첫 번째 문장은 자신의 성격에 결론을 내립니다. 두 번째 문장은 자신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해는 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에서 평가받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그러자 상담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나는 왜 다른 사람의 평가를 그렇게 두려워할까?”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지나치게 해석하지 않고 한 번 더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 보기, 먼저 가벼운 연락을 해보기, 대화 중 자신의 의견을 하나 정도 말해보기.


그녀가 갑자기 외향적인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바꾸려고 애쓰기 전에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에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구나.”로.


우리는 흔히 성격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격’이라고 부르는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익힌 반응일 수 있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먼저 거리를 두는 것,

실수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준비하는 것,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


오랫동안 반복되면 그것은 마치 ‘나의 성격’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익숙하다는 것과 그것이 나의 본질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기질과 성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나를 영원한 나로 해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변화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자기비난에서 시작되기보다,


“나는 왜 이렇게 반응하게 되었을까?”


라는 이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며, 왜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해서 같은 선택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알게 됩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에는 사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배웠던 방식도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 자신에게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 말 뒤에 마침표를 찍기보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살아왔구나.”


라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자기이해의 끝에는 반드시 변화의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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