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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의 진정한 의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

8월 29일
3분 분량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 보고,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찾아보는 일에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상담적 관점으로 보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단순히 내 감정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작업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쉽게 내리던 판단을 잠시 멈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불편해지면 곧바로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지?’

‘왜 나는 이것 하나를 제대로 못 견딜까?’

‘이 정도 일로 힘들어하는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그런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에는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집니다.


‘내가 왜 이러지?’에서 ‘내 마음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로.


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전자의 질문에는 이미 나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반면 후자의 질문은 판단보다 이해를 먼저 선택합니다. 마음을 문제로 취급하기보다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단순히 화가 많다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고,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신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음에도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조차 게으름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애써온 사람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감정의 표면 아래로 한 걸음 더 내려가는 일입니다.


‘나는 화가 났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까?’

‘그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혹시 이 감정이 지금의 사건만으로 생긴 것이 맞을까?’


하고 천천히 묻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감정 뒤에서 오래된 마음 하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도 작은 실수에 유난히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버림받는 경험을 반복했던 사람은 관계가 조금만 흔들려도 상대의 마음이 떠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배운 사람은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심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과거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아, 그래서 제가 이랬군.’ 하고 현재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내가 오랫동안 싫어했던 내 모습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안해서 지나치게 확인했던 행동은 어쩌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던 습관은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익힌 생존 방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려고 애썼던 마음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고통을 사라지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해는 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자신을 공격하면 마음은 방어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해왔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그 행동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가 왜 이런 사람인가’를 밝히는 작업이라기보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가’를 이해하는 작업에 더 가깝습니다.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 전에 불안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분노를 억누르기 전에 그 분노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슬픔을 빨리 떨쳐내려고 하기보다 그 슬픔이 무엇을 잃었다고 느끼는지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마음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대상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처는 이해한다고 사라지지 않고, 어떤 불안은 이유를 안다고 해서 즉시 줄어들지 않습니다. 때로는 충분히 이해한 뒤에도 여전히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적어도 더 이상 자신에게 낯선 사람이 되지 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힘든지 알 수 없었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하던 사람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때의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


어쩌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일인지도 모릅니다.


나를 완벽하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해한 마음을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


마음의 깊은 곳에 내려가면 언제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지만 너무 바빠서, 너무 두려워서, 혹은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형태의 위로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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