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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자아(거짓자기) 심리학 —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진 나

8월 30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0일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한 가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돌봄을 얻기 위해서는, 돌봐주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에 새겨지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아주 일찍부터 관찰자가 됩니다. 부모의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져도 그것을 알아채고, 부모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사랑받고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외면당하는지를 몸으로 익힙니다. 그리고 그 관찰의 결과에 따라 자신을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합니다. 울음을 참고, 화를 삼키고,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부모가 기뻐할 만한 모습을 먼저 보여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순하고, 착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일 때가 많습니다. 부모는 이런 아이를 키우기 쉬운 아이라고 여기고, 주변에서는 속 깊고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종종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위험한 일로 학습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내담자는 어린 시절, 부모가 다투는 날이면 자신이 먼저 웃는 얼굴로 방을 나가 “저 배고파요, 밥 언제 먹어요?”라고 밝게 말하곤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부모의 다툼이 잠시 멈추고, 집안의 분위기가 누그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도,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냉랭한 기운이 감돌면 자신도 모르게 먼저 밝은 표정을 짓고 화제를 돌린다고 말했습니다. 정작 자신이 서운하거나 화가 났던 순간에도, 그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이 분위기부터 살피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그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그 방법이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임상 장면에서 만나는 많은 성인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화가 나야 할 상황에서 화가 나지 않고, 대신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말합니다. 거절해야 할 순간에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은 뒷전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감정은 낯설고, 욕구는 죄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한 아이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찾아낸, 나름의 최선이었던 적응 방식입니다. 아이의 세계에서 부모의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곧 생존의 위협과 같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선택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것보다, 사랑받을 수 있는 나로 존재하는 것을. 그것이 진짜 나를 잃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아이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 적응 방식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지만, 마음 깊은 곳의 그 오래된 전략은 여전히 작동합니다.


이제는 부모가 아니라 연인 앞에서, 친구 앞에서, 직장 상사 앞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나의 욕구는 뒤로 미루고,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내가 먼저 나를 조율합니다. 사랑받기 위해 나를 지우는 습관이, 이제는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습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일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보며 사는가”라는 질문은 자책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사실 이 질문에는 좀 더 정확한 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때 아주 효과적이었던 생존의 지혜였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을 지켜냈고, 관계를 유지했고,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그 전략을 탓하기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절박하고 성실한 노력이었는지를 먼저 알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때는 필요했던 것이, 지금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나를 조율하지 않으면 사랑을 잃을 수도 있는 환경에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다릅니다. 지금의 관계에서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의 욕구를 말한다고 해서 곧바로 버림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때, 더 진실한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갑자기 감정을 다 표현하고,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변화는 그렇게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 안에서 무언가를 참고 조율하려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지금 나는 또 나를 지우고 있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순간, 이미 그 오래된 패턴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정말 사소한 순간에, 상대의 기분보다 나의 감정을 한 번 먼저 알아차려 보는 것. 늘 맞춰주던 것을 한 번쯤 “나는 이게 더 좋은데”라고 말해보는 것. 그 작은 시도들이 알려줍니다.


내가 나로 존재해도, 관계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그 순간부터,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가 사랑받는 경험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 여정은 부모를 원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그때의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를 이해하고, 이제는 그 아이가 조금 쉬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나를 만들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나로 존재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배워가는 시절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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