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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성격이 되는 과정 — '상처'는 때때로 '성격'이 된다

8월 30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0일


사람들은 흔히 성격을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민한 사람은 원래 예민하게 태어났고, 완벽주의자는 원래 꼼꼼한 기질을 타고났다고 여깁니다. 물론 기질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상담실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금의 성격이라 불리는 것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한때 그 사람을 지켜주었던 방어였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환경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면, 아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며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거나, 때로는 위협적이었다면, 아이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반복되면서, 점차 그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특징으로 굳어져 갑니다.


예민함은 그중 하나입니다.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표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말투가 조금만 변해도 즉시 알아차립니다. 이것은 타고난 감수성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어린 시절 위험을 미리 감지해야만 했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는 감각을 발달시킵니다. 살아남기 위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회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자리를 피하고, 감정이 격해질 것 같은 대화는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스스로를 겁이 많거나 소심한 사람이라 여기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갈등이 곧 폭력이나 냉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 아이에게, 갈등을 피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었습니다. 그 전략이 몸에 새겨진 채로 어른이 된 것입니다.


지나친 통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예측하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통제는 습관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일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늘려나가는 것으로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배웁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계획이 어긋나거나 상황이 예측을 벗어나면 유독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유난스러워서가 아니라 통제가 곧 안전이었던 시절의 기억 때문입니다.


완벽주의 역시 자주 마주하는 방어입니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 늘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많은 경우, 어린 시절 사랑과 인정이 성취와 결부되어 있었습니다. 잘했을 때만 칭찬받고, 실수했을 때는 실망이나 비난을 마주해야 했던 아이는,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내면화합니다. 그 믿음이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입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정작 누군가 다가오면 경계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관계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거에 믿었던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거나 상처받은 경험은,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미리 거리를 두는 습관을 만들어냅니다.


한 내담자는 회사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높은데도 몇 번이고 다시 검토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잦다고 말했습니다. 사소한 오탈자 하나, 표현 하나가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어린 시절 성적표를 받아 올 때마다 부모의 표정을 먼저 살폈다고 했습니다. 최상위권 성적을 받아 왔을 때만 부모가 환하게 웃었고, 조금이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실망한 기색이 며칠씩 이어졌습니다. 그는 그 표정을 다시 마주하지 않기 위해, 늘 완벽하게 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느끼며 자랐습니다. 지금도 그는 일의 결과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완벽주의는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 성실함이 아니라,

부족한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오래된 두려움이었습니다.


이렇게 성격처럼 굳어진 방어들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보지 않는 일입니다. 예민함도, 회피도, 통제도, 완벽주의도, 경계심도 모두 한때는 그 사람을 지켜준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 시절을 견뎌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방어들을 향해 “왜 나는 이런 사람인가”라고 자책하기보다는, “이것이 나를 지켜주었구나”라고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방어가 만들어졌던 시절의 환경과, 지금 내가 살아가는 환경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예민해야만, 회피해야만, 통제해야만, 완벽해야만, 경계해야만 안전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관계와 지금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방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제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변화는 이 방어를 단번에 없애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작동하는지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금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 순간이 정말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오래된 습관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해보는 것. 그 작은 알아차림들이 쌓이면서, 방어는 서서히 선택으로 바뀌어갑니다.


필요할 때는 여전히 예민해질 수 있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는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상처는 때때로 성격이 됩니다. 그러나 그 성격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한 시절의 흔적입니다. 그 흔적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에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고, 그것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마음의숲 심리상담센터

원 장 박 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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